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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열

rkjhds 2024. 2. 5. 15:25


팟캐스트에서 <4번 게이트> 낭독을 여러번 들었다.듣고 또 듣다보니 글로 읽고 싶어져서 소설집 구매.낭독자의 목소리의 힘 때문이었는지 낭독을 들으며 걷던 골목길의 풍경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귀로 듣던 <4번 게이트>의 잔향이 훨씬 더 컸다.열 일곱 소녀가 통과해 나가야 하는 터널속을 쭈뼛 쭈뼛 함께 걷는 스물 여덟의 의붓오빠.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나쁜 일은 생기지 않는다. 덕분에 안도하게 되고 애잔한 마음으로 터널을 바라 볼 수 있다.다른 단편들을 읽다보니 하나의 문을, 하나의 시절을 통과해 나가는 이야기를 작가가 즐겨 이야기하고 있음을 느꼈고 이야기들이 소란스럽지 않게 와닿았다.
살면서 더러 길을 잃기도 하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왜 생의 덧없음을 알면서도 ‘이상한 정열’에 사로잡히는 걸까

2009년 단편소설 「제니」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기준영은 2011년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 로 창비장편소설상을 거머쥐며 매우 돋보이는 소설적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첫번째 소설집 연애소설 을 묶어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소설집 이상한 정열 의 표제작 「이상한 정열」은 2014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황순원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 최종후보로 거론되며 빼어난 수작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6년,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으로 선정되고 「조이」는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뽑히며 다시금 기준영 소설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격렬한 사건도 고통도 없이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준영의 소설은 그럼에도 삶이라는 이름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무한한 어둠 (추천사 백지연)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삶의 일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간은 삶이 덧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자각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이상한 정열’에 몰두하기도 하는 ‘이상한’ 존재이다. ‘이상함’과 ‘정열’과 ‘슬픔’이 삶 속에서 마구 뒤엉킬 때 사람들은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일견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불안과 열망 /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 4번 게이트 / 베티 / 이상한 정열 / 여행자들 / 에테르처럼 / 조이 / 네 맞은편 사람 / 작가의 말 / 수록작품 발표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