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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상)


말해 뭐하나 하는 책들 중 하나! 되시겠다. 라디오에서 성우가 낭독해 주는 책 으로 들었던 게 이 책을 다시 본 발화점이었다. 학창시절 읽고, 영화로 보던 생각이 나서 꺼내들었다. 애슐리가 스칼렛의 고백을 듣고 거절할 때 그 비참함, 소파에서 레트가 나타나 느긋하고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난감한 척하는 능글맞음. 대사만 듣고 있는데도 어디서 나왔나 싶은 떨리고 난처한 느낌들이 어디선가 생생하게 뻗어나왔다. 이 책은 바로 이 여자의 책이다! 작가는 첫 단락부터 스칼렛의 출신과 외모로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잔잔하고 화창한 배경, 남자들에 둘러싼 그녀의 모습이 더욱 돋보이도록 전개를 시작한다.내일 파티에서 (스칼렛 자신이 사랑하는) 애슐리와 멜라니의 약혼 발표가 있을 예정임을 알아차린 스칼렛은 충격을 받는다. 그의 마음을 돌이키고자 고백도 하지만 거절당하고, 그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멜라니의 친오빠, 찰스와 결혼을 감행한다. 남북전쟁으로 남자들이 전쟁을 나가고, 얼마 못 가 찰스의 전사 소식을 듣는다. 아들 하나 둔 미망인으로 시간을 보내다 멜라니와 피티 고모와 함께 애틀란타에서 살게 되고, 지난 파티에서 만난 레트 버틀러와 재회한다. 전쟁은 남부동맹에 불리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전쟁의 두려움을 버텨가며 스칼렛은 멜라니의 출산을 기다린다. 이 책 (상)까지 줄거리다. 영화로 책으로 이 작품을 접했을 당시엔, 로맨스틱한 남녀간의 사랑, 화려한 드레스와 춤, 스칼렛(비비안 리)의 가는 허리, 도도한 얼굴과 표정에만 압도됐었다. 몇 십년을 지나쳐 온 지금은 그때 느꼈던 로맨틱한 설레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확실히 그때와는 달리 보인다. 먼저 19세기 당시의 미국 (남북전쟁) 상황, 관습, 가치관 같은 배경이 눈에 띄었다. 그 사회에서 스칼렛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평판이었는지,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여러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찰스 해밀턴 부인을 위해 - 150달러요. 금화로 내겠습니다."p.338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상)>매장당한 여성의 삶은 어쩌라고? 그간 지루하고 생기없던 스칼렛과 같던 이야기는 활력의 한방을 맞게 된다. 당시 미망인은 어떠해야 했는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집 안에서 지내면서, 상 중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내비쳐야 했다. 기뻐해서도 안 되고, 창밖을 보며 어떤 눈길조차 보내면 안 됐다. 우울함조차 알아서 감당해야 할 감정이었고, 남편과 닮은 아들을 낳은 것만으로 위로를 삼아야 했다. 남편의 죽음과 함께 아내의 삶도 매장되어야 했다. 애틀란타에서 레트와 재회한 스칼렛의 삶에 활기가 돋는다. 레트는 단순히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감정도 표현도 감춘 인형처럼, 남자 없이 못 사는 연약함을 강요받은 당시를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직면하게 하고, 성장하게 한 인물이었다."좋습니다!이제야 당신은 남들이 생각해 주는 게 아니라
1939년 퓰리처상 수상,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이야기꾼! 미국 출판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훌륭한 줄거리만 마련된다면 문체는 중요하지 않다. - 마거릿 미첼
미국 최고의 이야기꾼 마거릿 미첼의 대표작이자 유일한 작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 안정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사랑과 전쟁에 대한 이 장엄한 소설은 1937년 그녀에게 퓰리처상을 안겨다 주었다. 남북 전쟁에 대해 쓰인 소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불타는 대지로 우리를 직접 끌고 들어가, 우리로 하여금 현재까지도 그들의 감정, 두려움과 빈곤을 기억하게 할 만큼 선명하고 스릴 만점의 인물들의 초상화를 보여 준 소설은 흔치 않았다. 조지아의 붉은 흙의 전통과 남부인의 피를 이어받은 스칼렛 오하라는 전통과 비전통 사이의 갈등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출하는 등장인물로,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삶의 복합성을 터득해 가며 자신이 익숙했던 이 결국 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남북전쟁을 다룬 작품으로서도, 역사소설로서도,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남북전쟁 당시의 다양한 인간과 사회상을 보여 주는 대하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