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미각의 제국》을 읽었노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아시는 분이 《식전》을 보내주셨어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사람의 감각에 대해서 감각이 없는 쪽 에 속해요. 별다른 심미안이 있지도 않고, 아름다운 소리를 즐기지도 않으며, 부엌에서 솥이 꺼멓게 탈 정도가 되어도 탄내를 잘 못 맡지요. 물론 촉각이나 미각 역시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어떤 것들을 좋다고 생각하는지, 나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식전》은 저의 감각에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책은 아니었어요. 어떤 음식은 어떤 맛이어야 하고, 이렇게 하려면 어떤 식의 재료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 하는 내용은 《미각의 제국》의 내용이 오히려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지요.
하지만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식전》을 읽은 후가 훨씬 좋았어요. 무언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다그치지 않고 (다루는 내용이 다르다 보니),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더군요.
2.
음식을 즐기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지요. 달고, 짜고, 시고, 쓰며, 감칠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어떻다는 것을 즐길 수도 있겠고, 음~! 이 소스는 마늘이랑 조선간장, 식초에 이런, 저런, 그런 것들로 만들어졌군. 하는 사람도 봤었지요. 그리고 있잖아! 우리가 먹는 이 김치가 사실은 고려 시대 사람들이 먹던 김치랑 완전 다르다! 하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와 밥을 먹는 것도 즐겁습니다. 《미각의 제국》은 맛의 기본이 되는 여러 양념과 재료들에 대한 유래와 그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쪽에 가깝다면 《식전》은 우리가 평소 먹는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것들 김치며 된장찌개며 이런 것의 재료들이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어떤 식으로 우리 음식을 바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구황작물이라고 말하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들이 구황 을 한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고려 시대에는 지금처럼 붉은 김치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짜장면과 짬뽕의 유래를 따라가기도 하지요. 한·중·일의 음식 문화를 비교하기도 하지요.
3.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읽는 것입니다.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만화들의 그런 호들갑스러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더해서 여러 감각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 역시 그렇게 맛깔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식으로 우리의 밥상에서 맛을 내는 재료나, 요리법이 어떤 식으로 변해왔고 또 그런 것이 어떤 문화적 배경과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입맛을 살짝 돋우는 것도 쏠쏠하네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된장찌개에 김치 쭉쭉 찢어서, 쌀밥 한 공기 뚝딱! 해야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먹으며 읽은 내용을 되새김질 했지요 :)
4.
무언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읽는 책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물론 이야기는 좀 밋밋하게 펼쳐지고, 담담하기에 무언가 큰 자극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삼삼한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분명히 한동안 밥때마다 그냥 밥과 반찬이 아닌 또 다른 양념이 쳐져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덧.
아! 또 배고파...
한국 문화의 정수를 담은 식전
인사의 의미로 밥 먹었니? 우리 다음에 밥 같이 먹자와 같은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 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밥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예전도 지금과 같은 밥과 반찬들이 있었을까? 우리가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김치는 지금의 모습을 갖춘지 10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배추가 아닌 무로 만든 김치만 존재했다. 고춧가루와 배추, 젓갈 등 여러 재료가 들어오면서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밥상의 풍경은 어제오늘로는 그다지 바뀌지 않으니 50년 전, 100년 전도 오늘의 밥상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처럼 몇백 년을 건너뛰면 재료 하나하나까지도 지금과 다르다는 게 확연하다. 느리고 작은 변화도 긴 세월이 누적되면 큰 변화로 나타나니, 이처럼 전혀 다른 모습의 밥상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생물의 진화와도 같은 ‘문화의 진화’다. 식전 은 새삼스레 우리 밥상을 다시 돌아 보게 한다.
음식은 지리적 환경이나 문화적 풍토에 따라 변하고,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여러 요소가 혼합된 인간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한때 요리사를 꿈꿀 만큼 음식에 관심이 많아 음식의 역사와 효용에 관한 온갖 책과 자료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 방대한 자료를 이 책 한 권에 맛깔스럽게 담았다.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과 그 문화 전반에 대해 살펴보며 현재의 밥상을 좀 더 흥미롭게 살펴보게 될 것이다.
들어가며: 밥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1부. 과연 무엇이 우리 것인가
옛사람도 우리와 같은 된장찌개를 먹었을까?
먹은 지 고작 100년인 배추김치가 한민족의 자존심?
단군신화의 곰은 마늘을 먹지 않았다
2부. 우리 입맛의 뿌리를 찾아서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입맛
소금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일본간장으로 만든 불고기가 한국음식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설탕
은밀한 유혹, 당신의 혀는 안전합니까?
3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고구려의 찬란한 유산, 콩
국수가 쌀밥보다 귀했던 시절
나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보릿고개가 이끈 음식의 진화
4부.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임연수 씨, ‘이면수’는 많이 잡았나요?
개를 먹는 것도 공자님 탓
인스턴트커피 출생의 비밀은 ‘전투식량’
조상님, 과일은 요즘 것을 올립니다
시작도 끝도 떡과 함께하는 인생살이
술꾼의 넋두리, 술에 세금 붙이는 더러운 세상
5부. 팔도팔색의 우리 밥상
한겨울 뜨뜻한 방구들에서 달달 떨며 먹어야 제맛인 냉면
서울음식은 왜 개성음식을 못 이길까?
전라도 vs 경상도, 음식도 사투리를 닮는다
6부. 한·중·일의 음식 삼국지
자장면은 ‘중국’음식, 짬뽕은 ‘일본’음식?
우리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제2차 청일전쟁
공자를 따르는 자, 숟가락을 써라
비빔밥·떡볶이로 한식을 세계화하자고?
7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런 음식점, 찾을 수 없나요?
안전한 밥상을 위하여
나오며: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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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씨
숲노래 그림책그림책시렁 426《상추씨》 조혜란 사계절 2017.3.27. 우리는 씨앗을 먹습니다. 쌀밥이란 볍씨요, 빵이란 밀씨입니다. 능금 배 복숭아는 새롭게 흙에 깃들어 움트기를 바라는 씨앗을 품은 물덩이예요. 상추 시금치 배추 무 같은 남새는 모두 씨앗 한 톨에서 비롯하여 자라났습니다. 살점을 먹는 고기도 풀알이나 나무알처럼 씨앗이 만나서 태어나고 자란 끝에 우리한테 찾아옵니다. 《상추씨》는 상추씨를 솔솔 뿌린 밭자락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오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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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서 8-1
지방대 국문학과를 나와 명문대인 명인대의 석사과정에 입학해 힘든 과정을 보내던 주인공 민우는 어느날 우연히 얻게된 세계적인 학자 루카치의 유물 세가지를 통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됩니다.자신이 얻게 된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물없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주인공의 마음가짐이 예뻐보였어요. 학문적인 스토리가 너무 세세한게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초반엔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익숙해지니 너무 재밌네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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